세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갔더니 서귀포에 갔다가 다시 제주시로 올라왔다가 다시 서귀포시로 가곤 했는데, 한라산에서 서귀포 쪽으로 가는 내리막 도로는 엔진브레이크를 계속 써야 해서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 길이었습니다. 8일동안 600km를 주행했는데, 계획을 잘 세웠다면 400km이하로 주행이 가능했을 것 같네요.
캠핑장소인 제천에서 목포 가는 길도 험난했습니다. 거의 한 시간을 국도를 운행해야 고속도로를 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계획 없이 갔던 7박8일 제주 여행을 마쳤습니다. 배타고 오가다보니 편도로 7~8시간씩 이동하는데 소비하고 실제로는 5박6일이라고 봐야겠지요. 날씨가 흐린 날이 많고 이전 주보다 추워지기도 하고 열악했지만 출장을 제외하고 혼자서 길게 여행 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서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혼자라서 불편한 점(식당, 수다 떨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 신경 안쓰고 나만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다는 점과 계획이 치밀하지 못해서 오락가락하거나 멍하니 있어도 뭐라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맘 편한 여행이라고 봐야하겠습니다.
비용 관련해서는,
숙박비 - 목포 2박은 미리 미리 퀸제누비아로 제주 가는 편을 예약하고 약간 빡세게 운전하면 없앨 수 있었고(서울에서 목포로 이동하여 자정에 탈 수 있는 퀸제누비아는 제주->목포로 가는 방향 퀸메리2, 퀸제누비아보다 훨씬 매진이 빨리 됩니다), 제주에서 7박하는 것은 더 저렴한 숙소(셰어하우스)를 고르거나 한 두 군데를 정해서 할인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총 47만원 소요. 당초에는 캠핑을 며칠 섞을 예정이었는데, 차량이 진입하고 도킹텐트가 가능한 캠핑장은 (인터넷으로) 찾기 힘들었습니다.
배편 비용 - 퀸메리2와 퀸제누비아에 지불한 돈은 37만원입니다(다인침대, 트레일블레이저 선적).
주유/통행료 비용 - 제주도에서 계획이 치밀하지 못하여 제주 서귀포를 왔다갔다하느라 600km를 주행했고 서울<->목포까지 포함하면 약17만원가량 들었습니다.
기타 비용 - 십만원 내외... 뭘 먹고 다녔는지 궁금하네요??? 매운 것을 안먹고 고기를 생각하지 않다보니 갈 수 있는 식당이 제한적이었습니다. 함덕의 버거킹이 제일 맛집이라 두번 갔고? 서귀포의 하노이식당, 서귀포의 신선국수, 서귀포고기국수, 서귀포의 다정이네김밥과 제주시의 하나맘김밥(인테리어가 1980년대지만)은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서귀포의 다미안 빵집은 개인적으론 정통 소보루를 빼고 다른 빵들이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 가면 WiFi를 무료로 사용할 기회가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나이 등의 설문 조사를 통과하면 작동합니다. 처음엔 세번째 방법인 카카오 인증을 해봤는데 응답이 없어서... 거의 사용은 막판에만 조금 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티맵과 카카오지도만 합쳐도 1GB가 넘게 사용했네요. 돌아다니면서 운전하고, 위치 찾고 맛집을 찾고 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데이터를 많이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WiFi가 제공되는 숙소에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조사해 놓고 다니는게 좋겠죠...
결론적으로 이번 여행은 치밀한 계획이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즉흥적인 결정으로 인해 갈 수 있는 의외의 장소나 가게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계획형 인간으로 변해가긴 했지만 원래의 본능은 무계획을 원하기 때문에... 그래도 유명한 곳으로만 다녀서 자유여행 치고는 깊이는 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