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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헬스케어)

부모님의 지병(持病)을 간병해 본 경험담

요즘에는 전보다 훨씬 장수하는 시대라서 오래 지속되어 낫지 않는 병을 갖고 계신 부모님이 많습니다. 고혈압, 당뇨, 전립선비대증, 부정맥 등이 우선 떠오릅니다. 그 중 하나라도 관련이 없다면 정말 축복 받은 것이지만 보통은 하나 정도는 앓고 계실 것입니다. 

 

보통은 적절한 약이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끔 이것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혈압, 당뇨를 갖고 있는 줄 알지만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간병해 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는 분명 100% 맞는 말이지만, 거기에서 자녀들이 마음을 놓으면 안됩니다. 
  • 집에서도 (예: 혈압)수치와 (예: 심전도)데이터를 수집하여야 합니다. 
  • 건강을 위해서 집안 환경을 제어해야 합니다. 

위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자녀들이 해주면 좋을 일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제가 잠시 직장을 그만 둔 사이에 시간이 많아서 이러한 경험을 한 것이고 아니었다면 전화통화나 가끔 들르는 수준이었다면 결과가 어떠했을 지 의문이 듭니다.  

 

1. 어떤 약을 드시고 있는 지 목록을 정리하고, 성분/효능/부작용을 정리해야 합니다.  

  • 경험-1) 오래 전의 전립선암 시술 및 몇 년 전의 뇌출혈로 인하여 다량의 약을 복용 중이신데, 차를 20분 이상 탄 후 내리면 용수철처럼 초당 2~3회 상하로 10~20초간 심하게 흔들리거나 화장실에 가는 중 넘어지는 일이 몇 년 간 지속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뇌출혈의 부작용(일부 뇌조직의 영구손상)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뜻밖의 해결책은 복용 중인 약의 부작용을 정리하다가 나왔습니다. 전립선약이 눈부시게(?) 발전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관성적으로 오래 전에 처방된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드시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조사하고 의사와 상담 후) 전립선과 신장에만 작용하는 약으로 바꾸고 용량도 일반적인 것보다 1/2로 바꾸니까 드디어 용수철 흔들림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뇌출혈 후 복용하던 약 중에 (어지러움에 대한 의사 상담 후)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용량도 줄였더니 이제는 낙상에 대한 걱정을 많이 덜어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 경험-2) 몸이 병들면 마음도 병든다고 합니다. 몇 년 간 뇌출혈 후유증을 가진 아버지를 간호하다가 쌓인 스트레스와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으로 인해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해 관상동맥우회술중재술(약물 방출 기능이 추가된 스텐트)을 하였지만 시도 때도 없는 가슴통증으로 생활이 많이 불편하셨습니다(상당히 정상이라고 느끼게 회복되는데 1년~1년6개월 소요). 우울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몇 군데 찾아 갔지만 결국은 주로 약 처방으로 결론이 나오게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들 중 각 개인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더군요. 어떤 약은 먹으면 혈압이 요동을 치고... 이 때도 역시 각 약품성분의 부작용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 진찰 시에 그간의 증상을 잘 설명해 주면 그에 맞는 처방으로 변경해 주시게 되겠습니다. 
  • 경험-3) 혈압약도 위 전립선약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새로운 약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 심근경색이 발생한 이유도 결국 조절이 안되는 혈압으로 인해 생긴 혈전으로 주요 혈관이 막힌 것 아니겠습니까? 심근경색 이후에는 혈압약도 교체하여 시술 시 입원한 기간과 재입원한 기간동안 가장 잘 조절되는 혈압약으로 최적화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체중과 짠음식도 물론 조절하지만 혈압약이 일단 잘 작동해 줘야 되는 것이지요. 혈압 조절이 안되고 있다면 일단 구글 검색이나 요즘은 Bing 채팅 검색을 통해 최신 혈압약의 장단점에 대해 조사해 보는 정도의 노력을 한 후, 의사와 상담할 때 예의 바르게(우리는 비전문가이니까) 문의를 해 볼 수 있겠습니다.  

2. 당연히 의사와 약사를 믿고 따라야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면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경험-3) 어느 봄날 나물 캐던 중 잠시 기절하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심근경색이었습니다. 문제는 동네 병원에서 증상을 듣고도 심각성을 오판하며 혈액 채취 후 며칠이 소요되는 대도시에 CK-MB수치를 체크하러 보냈다는 것입니다. 이틀 후 알려준다더니 그나마 잊어버리고 있길래 3일째 전화했더니, "아... 수치가 너무 높네요. 지금 즉시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혈압이 170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서울로 갈 수는 없어서 1시간 거리의 종합병원으로 갔더니 "왜 이제 오셨냐?"고 하더군요. 곧바로 시술 일정을 잡고 다음 날 스텐트를 시술했는데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예후가 좋지 않아서 잘 퇴원하고도 얼마 후 응급실을 통해 재입원하고 고혈압약과 정신건강의학과 약 등을 튜닝?한 듯 합니다. 그러고도, 한 두 달 사이에 응급실에 두 번 더 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별 큰 일은 없었습니다. 
  • 아무래도 부모님보다는 자녀들이 아주 짧은 시간만 낼 수 있는 종합병원 의사에게 필요한 핵심 증상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처음 입원한 동안 및 퇴원 후 외래 시에도 한동안은 포스트잇에 궁금한 점이나 평소 혈압의 변화, 기존에 복용하는 약 목록 등을 적어서 의사선생님께 드린 후 빠르게 말씀드리곤 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필요 없는 정보였겠지만 서로 시간도 절약하고 좋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에 수 많은 환자를 대하기 때문에 아무리 차트에 그간의 진료 기록이 잘 적혀 있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항을 놓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고 의사가 알아야할 것 같은 정보를 최대한 전달해야 합니다.  
  • 뉴스 기사로 본 것이지만, 관절염에 놓는 강한 진통용 주사를 맞은 고혈압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있습니다(고혈압을 고려하지 않고 처방하여 명백히 의사의 잘못으로 판정됨). 고혈압과 심장약을 먹는 환자의 경우 피해야만 하는 약이 한 둘이 아닙니다. 물론, 의사/약사가 알아서 잘 챙겨주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갈 때마다 재확인해야 합니다. 치과에 가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아버지의 경우 퇴행성관절염으로 처방 받은 흔한 진통약(세레콕시브성분) 때문에 없어졌던 어지러움과 흔들림이 재발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의사한테 어지러우니 용량 줄여달라고 말하니까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하더군요. 사실 의사 잘못은 아니고 아무래도 체중도 적게 나가고 하다보니 약효가 세서 생긴 일이겠지요. 

3. 혈압, 맥박, 심전도 등을 측정하여 데이터로 누적 시켜야 합니다. 

  • 경험-4) 사실 심근경색이 발생한 다다음 날 쯤 삼성액티브2 시계로 ECG를 측정했습니다. 저도 인터넷으로 약간 공부한 상태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전과 달리 T파가 역전 혹은 평평하게 되었더라구요... 그래도 워낙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계셔서 동네 의원의 연락을 기다렸던 거죠... 그거 보고 바로 응급실에 갔으면 어땠을까요?  어쨌거나 저는 ECG측정이 되는 삼성스마트와치나 애플와치, 종근당에서 파는 반지형 제품, 혹은 중국 Aliexpress나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심전도 측정 제품을 비교해서 하나 정도 구비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혈압계는 수입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ECG장치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부정맥 같은 것은 집이나 병원에서 잠깐 ECG 측정해서는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고 24시간 홀터 검사 같은 것은 심장전문병원(시골에는 아예 없음)이나 큰 병원에 방문해야 해서 부담이 되므로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구비하시면 좋겠습니다. 
  • 4월13일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14일과 15일에 측정한 기록을 보시면 아래쪽 파란색과 달리 T파가 거의 안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전문가이기도 하고 PQRST를 모르더라도, 이전과 측정한 자료와 단순히 변화만 관찰해도 병원에 가봐야할 지 판단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정불가는 맥박이 느려서 나온 것입니다.

심근경색(파란색) 전과 후(빨간색) 비교

  • 아래는 2022년2월2일에 측정된 심방성 조기수축 자료입니다. 다행히 일시적이었구요. 심장내과 선생님 말씀이 이상을 느끼면 동네 의원에 방문해서 측정해서 기록해 오고, 집에서 측정하는 것은 신뢰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래도 재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요. 그 후로도 가슴 통증이 심하면 ECG를 측정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ECG파형 분석은 몇 십분 공부하면 대충 알게 되지만 요즘은 ECG를 AI로 분석해서 알려주는 장치가 흔합니다.  

중국산 ECG측정기로 잡아낸 이상 증상

  • 혈압계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기능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빈 공책 하나 두고 아침/저녁에 한번씩 혈압을 측정해 보면 경향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4. 온도, 습도, 미세먼지 등 환경을 잘 제어해야 합니다. 

  • 건강의 가장 기본은 무엇일까요? 저는 "잠 잘 자기"라고 생각합니다. 잠을 잘 못자면, 피곤하고 혈압이 요동치고 두통이 심해지며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도 합니다. 이미 지병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수면 부족은 증상을 더 악화시키게 됩니다. 
  • 잠을 잘 자려면, 일단 쾌적한 온습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거의 늘 건조한 편이고, 주택도 환절기나 한겨울에 건조해지기 쉬운데 가습기를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제 경험상 그나마 5일에 한번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리면 되는 자연증발가습기가 편했고, 비록 일제이긴 하지만 샤프 공기청정기도 가습 기능이 있어서 (수도권과 같이)물이 좋은 경우 일주일에 한번 구연산 희석한 물에 소독하면 깨끗하게 청소되었습니다.
  • 코가 잘 막히거나 남들보다 기관지가 약한 경우라면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도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있는 야외에 나갈 땐 KF94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한 두개를 계속 가동해 주어서 5마이크로그램 이하로 해주면, 가래도 끼지 않고 기침도 줄어들며 결국 잠을 잘 잘 수 있게 됩니다.
  • 덧붙여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부모님이 계시다면 귀에 쏙 들어가는 노이즈캔슬 이어폰을 사드리면 금상첨화겠네요. 저는 새벽에 깨서 잠이 안오면 앵커 사운드코어 제품류를 끼고 유튜브에서 "mozart relaxing music"로 검색하면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합니다. 어머니도 스텐트 시술 후 몇 달간은 노이즈캔슬 이어폰을 끼고 안정을 취하셨습니다. 
  • 수면 품질 체크는 역시 삼성와치나 애플와치, 혹은 중국산 저렴한 스마트와치 등의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 같은 것도 시도해 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 받아도 효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5. 부모님의 투약 기록, 증상 등 주요 사항들은 메모해 둡니다. 

  • 약 변경 시마다 기록 
  • 나중에 진찰 시 전달할 필요가 있는 주요 증상 기록 
  • (당연히)지병마다 주의할 점과 가려야할 음식, 먹어서는 안되는 약 등을 메모 => 특히 고혈압/심장병은 회피해야할 약에 종합감기약, 흔하게 먹는 두통/치통/생리통 약(타이레놀은 제외) 조차도 포함됩니다.
  • 여담이지만 제가 에버노트에 기록한 글자수를 체크해 보니까, 부모님 두 분 합쳐서 7만 글자나 되네요^^ 좀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한 느낌이 없지 않은데, 자녀들이 그만큼 진지하게 조사하고 공부한다면 어느 시점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친구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녀들의 잘못도 아니므로) 언급하기가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아버님께서 최근 돌아가셨는데 2년 전에 심근경색으로 지나가던 응급구조사님 덕에 심폐소생으로 살아나시고 스텐트 시술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년이 한 두 번씩 기절을 하셨고 지방 병원에서 결국 종합병원까지 가 보았으나 그 원인을 알지 못하다가 결과적으로 부정맥으로 인해 다시 쓰러지셔서 다시 못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정맥은 워낙 결과가 치명적인데 평소에는 지방/종합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증상이 안나왔던 거죠. 아마 24시간 홀터 검사를 했어도 안나왔을 것 같고(비전문가인 저의 개인 의견), 혹시나 삼성/애플의 와치, 반지형 맥박 ECG측정기 등을 소유하셨다면 진단 가능성을 조금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모두 건강하세요.~ 

 

[나름대로의 팁]

  •  (주로 Google 검색을 사용하면 금방 알게 되시지만) 질병에 관한 정보는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가 검색 순위 상위에 있습니다. 읽기 편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편입니다. 
  • 약에 대한 부작용 정보는 "의약품안전나라"를 참조하면 됩니다. 
  • 영양제의 세계는 어마어마합니다만, 그 중에 아주 흔하게 들리고 안전한 영양보조제 중 몇 가지를 선정하여 드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면, 퇴행성관절염 +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으로 무릎에 물이 차고 걷지 못하는 증상은 코스트코 초록입홍합추출물에 크게 신세 진 적이 있습니다(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이 효과가 미미했어서 시도한 경우이고, 물론 아무 효과 없다는 주변 사람도 있습니다). 수면 질 개선과 식사 시 손 떨림은 마그네슘... 이런 식으로 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 조금씩 추가해 보는 거죠. 그나마 고혈압/심장병에는 제외되어야하는 영양제도 많더군요. 케르세틴/브로멜라인 중 브로멜라인은 논란의 여지가 약간 있기는 하지만 초록입홍합과 같이 드시고 있습니다. 좀 불안하면 용량을 약간 줄이고 있습니다(하루 2알 권장이지만 1알만 먹는다든지). 
  • 반지형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꽤 흔해졌으니 구비해 두시면 좋습니다. 아버지가 코로나19 백신 맞고 나서 심한 저혈압, 두통으로 인해 응급실 가서 CT찍고 이상 없었지만 산소포화도가 일시적으로 80%이하로 떨어지는 등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전립선 약 교체 이전, 다행히 저절로 회복). 이럴 때 산소포화도 반지를 착용하고 주무시면 좀 안심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원격 모니터링이 되는 모델은 증상이 악화되는 지 확인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개인적으로는 샤오미 비접촉식 체온계를 선호하는데, 귀지가 있을 수 있는 귀구멍보다는 고무어댑터를 끼우고 이마에 측정하는 것이 간편하고 정확하였습니다. 
  • 알람과 함께 자동으로 회전하는 투약기에 대한 소개 - https://imky.tistory.com/49 
 
 
 
 

[참고 링크]